어제 명동에서 저녁 미사를 드리고 성산으로 가려는데 연락이 왔다. 절친한 친구인 동하의 아버님이 돌아가셨다고. 성산에 도착하자마자 급한대로 정신없이 나왔다. 신촌에서 현준이를 만나고 빈소가 있는 병원으로 향했다. 뭔지 모르게 기분이 이상하다. 어느덧 내 나이가 이렇게 되버린건가. 친구의 아버님의 운명. 벌써 두 번째다. 이제 아주 먼 시대의 일이 아닌 것 같다. 죽음이란 말이 내 앞에 성큼 다가온 듯 하다. 나와는 아직 관계없는 먼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젠 그런 생각도 할 수 없게 되 버린건가.
슬퍼하는 친구의 마음을 생각하니 씁쓸함과 안타까움이 솟는다. 친구라는게 하느님 핑계로 어찌나 친구들에게 소홀히 지냈던지. 그 시간을 돌아보며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. 잘해야지.
그럼에도 참 다행인건 슬픔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이런 가까운 친구들이 있다는 건 정말 감사할 일이었다. 그래. 내가 그 친구 중에 한 녀석으로서 네 놈에게 작게나마 위로와 위안이 되는 사람이라는 게 너무나 고마울 따름이다. 발인하고 장지 갈 때까지 있으려니 체력 조절이 문제였지만. 이번 주는 계속 밤새고 낮에는 집에 와서 자야겠다.
삶이란 죽음 앞에선 그저 허무일 뿐인 것 같다. 하지만 살아 남은 사람에게는 슬픔과 동시에 남은 삶이 또 있다는 것을 잊어버리지 말아야겠다. 하느님이 세상을 만드신 이유. 인간을 사랑하셔서 그 안에서 사랑하며 어울리라고. 나는 얼마나 창조 목적에 맞게 살아왔는지 반성해 보며 관계에 충실하는 것이야 말로 하느님 사랑을 실천하는 가장 완벽한 것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.
미안하네 친구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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